드라마 영화 / / 2022. 10. 17. 22:32

악의 꽃 관계와 사랑에 대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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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꽃은 한 부부 사이의 믿음과 진실에 관한 이야기다. 가장 사랑했고 가장 믿었던 남편이 어느 날 연쇄살인마로 의심된다. 진실이 무엇인지, 남편의 본모습이 무엇인지 의심하기 시작한 아내는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아내는 14년을 사랑한 남편을 믿고 싶은 마음과 진실을 알고자 하는 마음 앞에서 큰 혼란을 겪는다. 믿었던 만큼 커다란 배신감과 고통을 마주하게 되는 두 사람은 그 시간을 통해 우리에게 질문한다. 관계와 사랑의 본질에 대해서. (아래 문서 스포일러 포함)

 

배경과 등장인물

백희성(이준기 배우)과 아내 차지원(문채원 배우)은 딸 백은하(정서연 배우)를 둔 다정한 부부다. 아내에게 누구보다 잘하는 백희성은 금속공예가이고, 남편을 진심으로 믿고 사랑하는 아내 차지원은 강력계 형사이다. 아내는 우연히 남편이 살인범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게 된다. 남편의 신분이 가짜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드라마 초반부터 긴장감이 조성된다. 아내 입장에서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남편이다. 하지만 아내는 남편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었다는 사실에 무척 당황한다. 남편은 아내에게 끝까지 정체를 숨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아내는 진실을 쫓아 남편의 비밀을 파헤친다. 한 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다. 

 

백희성으로 살고 있는 도현수는 살인범의 아들이다. 그는 아침마다 화장실에서 표정연기 훈련 영상을 보며 연습하고, 웃는 표정을 따라 한다. 그의 이런 모습은 시청자에게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는 감정 표현이나 얼굴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다. 도현수를 연기한 이준기의 차갑고 절제된 연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그를 의심하게 만든다. 도현수는 위험한 인물이며 살인범인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된다. 차지원은 남편 백희성을 매우 사랑한다. 먼저 고백한 것도 그녀이다. 그녀는 남편을 매우 사랑하지만, 시부모와의 관계는 불편하다. 능력 있는 강력계 형사인 그녀는 눈에 보이는 증거를 신뢰하는 인물로서, 정답을 찾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차지원을 연기한 문채원의 연기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악의 꽃에서의 연기는 좋았다. 남편을 사랑하면서도 상처받은 눈빛, 남편의 정체를 알아가면서 혼란스러운 마음 등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도현수의 친구 김무진(서현우 배우)은 포털에 기획기사를 연재하는 기자다. 자극적인 사건에 관심이 많다. 그는 극 초반에 백희성이 도현수임을 알아보고 지하실에 갇힌다. 이후 도현수가 살인범이 아님을 확신하고 그를 도와 범임을 잡기 위해 노력한다. 사건을 풀어가며 진실을 파헤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가짜 부모인 백만우(손종학 배우), 공미자(남기애 배우)의 묘하고 부자연스러운 모습이 극의 긴장감을 높인다. 그들의 친아들 백희성은 3회에 등장하는 데 식물인간 상태로 호흡기를 끼고 있어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오해와 편견이 만드는 슬픔

살인자 의심을 받는 도현수는 사실 피해자다. 아버지가 살인범이기 때문에 타인에게 자신의 사연을 숨겨야 했으며, 감정을 감추느라 온전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갈 기회를 얻지 못했다. 아버지가 살인자라는 사실, 사람들의 오해와 편견 때문에 도현수는 스스로를 사이코패스로 여기게 된다. 도현수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감정이 없다, 무섭다, 사랑할 줄 모른다' 등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그런 그에게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자랄 틈은 없었다. 이런 도현수를 도왔어야 할 상담사가 오히려 도현수에게 '반사회성 장애' 진단을 내린 것은 너무나 슬픈 일이다. 도현수가 누나의 죄를 뒤집어썼다는 것만 보아도 그가 공감이나 인지 능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없다. 한 사람의 인생이 주변 상황으로 인해 철저하게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 마음 아프고 무섭다. 이런 도현수가 더 좋은 삶을 살고 싶게 만드는 아내를 만나게 된 것은 큰 축복이었을 것이다.

 

의심과 믿음, 사랑에 대한 질문

사랑은 어쩌면 무지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상대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도 사랑에 빠질 수 있고, 자신이 안다고 믿었던 상대의 모습이 실은 스스로 만든 상상일 뿐일 때도 있으니 말이다. 무지에서 시작되었든, 상대를 잘 알고 이해해서 사랑하게 되었든 오랜 시간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우리는 그 사람을 믿게 된다. 그의 말과 행동 안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상대가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든다면, 우리는 그동안 굳게 믿었던 믿음과 사랑을 한 번에 내려놓을 수 있을까. 한 번에 내려놓아야 할까. 의심하며 오직 진실만을 찾아가는 것과 믿음을 기반으로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같은 현실을 마주하게 되더라고 상대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은 상태에서는 보다 넓은 마음으로 사랑하는 이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차지원은 남편을 의심하면서도 그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자신과 보낸 수많은 다정한 나날 속 도현수를 힘껏 믿고 진실이 드러난 이후에도 그의 곁에 남는다. 

 

믿었던 사람에게 느끼는 배신감, 지금까지 쌓아온 관계에 대한 회의, 진실을 알고자 하는 욕망, 삶에 대한 의욕, 사랑에 대한 믿음 등 다양한 감정을 긴장감 있게 그려낸다. 그 안에서 우리는 주인공들과 함께 진실에 다가가며, 과연 사랑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게 된다. 수많은 관계 속에서 우리는 상대에게 어떤 태도와 마음가짐을 지녀야 할지 생각해볼 일이다. 이 드라마를 통해 저마다의 답에 닿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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