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영화 / / 2022. 10. 15. 12:30

나의 해방일지 인생 드라마를 만나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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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해방일지

손석구, 김지원, 이민기, 이엘 주연의 <나의 해방일지>는 저마다의 행복을 바라는 세 남매의 일상을 담은 드라마이다. 딱히 큰 문제가 없는데도 행복하지 않은 삼 남매 염기정, 염창희, 염미정. 각자가 원하는 내일을 그리며, 어제보다 나은 삶을 위해 오늘을 사는 그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또 오해영', '나의 아저씨'를 집필한 박해영 작가의 작품이다. 2022년 4월 9일부터 5월 29일까지 JTBC에서 16부작으로 방영되었다. 구 씨를 연기한 손석구는 이 작품을 통해 큰 인기를 얻었다. 드라마가 종영될 무렵 범죄도시 2가 개봉되었는데, 손석구가 출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기본 설정과 분위기

경기도 남쪽 끝 산포마을에 살고 있는 염 씨 가족. 아버지 염제호(천호진 배우)는 싱크대 공장 운영하며 밭농사를 짓고, 살림을 도맡아 하는 어머니 곽혜숙(이경성 배우)은 밭농사를 돕는다. 아버지가 여동생 빚보증을 섰다가 큰돈을 날렸고, 그래서 이들 가족은 돈 때문에 늘 피곤하다. 염기정(이엘 배우), 염창희(이민기 배우), 염미정(김지원 배우) 삼 남매는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근하며 팍팍한 일상을 보낸다. 이들 앞에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자 구 씨(손석구 배우)가 나타난다. 싱크대 공장일을 도우며 염 씨 집에 살게 된 그는, 일하지 않을 때는 거의 술에 찌들어 지낸다. 막내 염미정은 전 남자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었다가 돌려받지 못하고, 직장 상사의 횡포로 지저분한 스캔들에 휘말린다. 사람이 싫은 그녀는 만사가 귀찮다. 웃음기 없는 얼굴로 회사를 오간다. 그런 그녀가 구 씨에게 고백한다. 나를 추앙하라고. 둘째 염창희는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연애도 결혼도 거의 포기한 상태다. 그저 직장에서 주어지는 일을 성실히 해내며 하루를 살뿐이다. 첫째 염기정은 진정한 사랑을 해본 적이 없다. 연애 박사인 직장 상사에게 진심으로 조언을 구하며 자주 상담한다. 염기정은 동생 염미정의 직장 동료이며 딸이 있는 이혼남 조태훈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둡다. 특히 6회 이전까지는 우울한 분위기가 대부분이라 중도 하차한 시청자들도 있다.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6회 이후로는 각 캐릭터들이 우울함을 극복해나가기 때문에 초반에 비해 호평을 받았다. 평범한 일상 속에 담긴 우리 삶을 날 것 그대로 보는 느낌이 든다. 드라마의 많은 장면이 가족들이 모여 앉아 밥을 먹는 모습으로 채워진다. 우리는 대체로 지루한 일상을 보내다가 가끔 즐거운 일, 또 가끔 슬픈 일을 만나게 된다.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상을 따스한 영상과 시적인 대사,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담담하게 보여준다. 

 

독특한 대사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일상 언어와 다른 대사를 어색하게 느끼는 이들도 있지만, 대체로 소설이나 철학책에 나옴직한 대사들이 좋았다는 평이다. 추앙, 환대, 해방 등과 같은 단어들이 그렇다. 드라마가 방영될 당시 수많은 SNS에는 '추앙(revere)'이라는 단어가 가득했다. 이 단어의 유행으로 드라마를 보게 된 이들이 많다. 일상에서 쓰이지 않은 독특한 단어가 주목받을 수 있었던 것은 배우들의 자연스럽고 절제된 연기 덕분이다. 염미정이 구 씨에게 자신을 추앙하라고 말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시적인 문장으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그들의 연기가 어색했다면 스토리에 몰입하지 못했을 것이다. 배우 김지원의 무표정한 얼굴과 꼭꼭 내뱉는 듯한 말투는, 투명할 만큼 솔직한 염미정이라는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표현했다. 그녀의 철학적인 말들은 시청자들을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한다. 어마어마한 대사량을 소화한 염창희 역의 이민기는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 경기도 어딘가에 말 많고 철없는 염창희가 살고 있을 것만 같다. 이민기가 아닌 염창희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캐릭터를 완벽하게 그려냈다. 이엘은 사랑을 갈구하지만 표현에 서툴며, 촌스럽지만 진심을 다하는 염기정을 매끄럽게 소화했다. 이 드라마를 통해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이는 손석구 배우다. 초반에는 말이 거의 없는 구 씨를 연기했다. 초점 없는 눈빛, 중얼거리는 듯한 말투, 떼인 돈을 속시원히 받아내는 그는 비밀에 싸인 외지인이었다. 구 씨의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초반에 보여줬던 이미지와 완전히 다른 구자경을 보여준다. 눈빛과 표정, 디테일한 몸짓으로 구 씨의 심정과 상황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인생 드라마

각자가 짊어지고 있는 삶의 무게를 담담하게 보여주는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일반적으로 드라마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지루한 일상, 사람들의 깊은 내면, 복잡한 머릿속을 있는 그대로 꺼내보여 신선한 충격을 받게 된다.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염 씨 가족의 식사 장면은 묘한 안정감을 준다. 문학적인 표현이 가득하고, 매 회마다 다양한 해석본이 등장할 정도로 철학적인 의미를 담은 대사나 장면이 많다. 같은 장면을 놓고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는 이들의 의견을 보는 것은 이 작품이 주는 또 다른 재미다. 조금은 우울하고 특색 있는 인물들을 통해 공감을 느끼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도 나와 다르지 않다는 데서 안도감을 얻기도 한다.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펼치는 명품 배우들, 탄탄한 스토리와 따스한 느낌의 영상. 드라마는 끝났지만 지금도 경기도 어딘가에 삼 남매가 살고 있을 것만 같다. 그저 그들 인생의 어느 날을 들여다본 기분이다. 여전히 해방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있을 그들처럼, 우리도 저마다의 해방을 향해 오늘도 걷고 있다. 인생 드라마를 만나고 싶다면 나의 해방 일지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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