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영화 / / 2022. 10. 14. 16:49

이번 생은 처음이라 현실을 반영하는 독특한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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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처음이라

드라마 '환혼'으로 알게 된 정소민 배우에게 반했다. 큰 눈에 환한 미소, 차분하고 담백한 목소리가 매력 넘친다. 그녀는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인물 일기를 쓴다고 한다. 그러한 노력이 정소민의 연기를 빛나게 한다. 그녀의 예전 작품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그렇게 '이번 생은 처음이라'라는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정소민, 이민기가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2017년 10월 9일부터 11월 18일까지 방영된 tvn 드라마이다. 답답한 전개가 없고,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다루면서도 개그와 반전을 연출해 호평을 받았다. 

 

현실을 반영하는 독특한 설정

일일드라마 보조작가 윤지호(정소민 배우)는 집을 가진 달팽이가 세상에서 제일 부럽다. 공부를 잘해서 국내 최고 명문대인 S를 갔다. 오랜 꿈인 작가를 하기 위해 생전 처음 아빠의 말을 거역하고 인문대에 진학한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는 보조작가로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도 행복했다. 꿈을 위해 바쁘게 살았기 때문에 연애는 한 번도 못 해봤다. 그렇게 30대가 되었고 작가 데뷔의 기회가 있었지만 놓치게 된다. 꿈과 멀어지게 된 상황에서, 함께 살던 남동생의 결혼으로 그녀는 새로운 집을 구해야 할 처지가 된다. 운 좋게 친구 양호랑(김가은 배우)의 남자 친구 심원석(김민석 배우)의 소개로 좋은 조건에 월세를 구한다. 지호가 들어가게 된 집의 주인은 비혼주의자이며 하우스푸어인 남세희(이민기 배우)다. 고양이를 키우는 그는 돈이나 사람, 세속에 관심이 없는 합리적이고 정직한 사람이다. 그저 지금처럼 살면서 집을 사기 위해 받은 대출을 성실히 갚아가는 것이 삶의 목표다. 세희가 대출을 갚기 위해 방 한 칸을 세 놓았는데 지호가 들어오게 된 것이다. 지호와 세희는 상대의 이름만을 보고 오해해서 서로를 동성이라고 여긴다. 그렇게 시작된 동거는 계약결혼과 이혼을 거쳐 사랑으로 이어진다. 독특한 설정의 주인공 커플과는 전혀 다른 두 커플이 등장해 다양한 에피소드를 선사한다. 결혼을 해서 아내가 되는 것이 꿈인 호랑과 결혼이 뭔지 모르겠다는 원석 커플, 사랑을 믿지 못해 연애만 추구하는 우수지와 사랑에 진지한 마상구 커플, 이들의 이야기는 극에 균형감을 준다. 

매력 있는 배우들의 연기

정소민 배우의 연기가 참 좋다. 현실에 지쳐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청춘을 안정적으로 연기했다. 열심히 살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실망했다가도 다시 털고 일어나 방법을 찾아가는 그녀의 모습은 우리 사회 젊은이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섬세한 연기력으로 남세희와의 로맨스부터 코믹까지 윤지호라는 캐릭터를 잘 소화해낸다. 특히 극 중 차분한 목소리로 담담하게 내레이션을 하는 부분은 깊은 여운을 남기며 극에 몰입하게 한다. '나의 해방 일지'에서 염창희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낸 이민기의 또 다른 연기를 보는 재미도 있다. '나의 해방 일지'에서는 말이 많아 가벼워 보이지만 생각도 많은 캐릭터를 표현했다면, 이 드라마에서는 현실에 지쳐 차갑게 변한 진지한 모습의 남세희를 자연스럽게 그리고 있다. 초반에는 차가운 모습을, 후반으로 가면서 지호에게 빠져들어 마음 아파하는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내어 깊은 감동을 준다. 극에 균형감을 주는 다른 두 커플의 연기도 매력 있다. 우수지를 연기한 이솜 배우는 어려운 집안 사정과 직장 내 여성 차별 등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괴로워하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사랑에 진심인 마상구와 연애를 하면서 조금씩 변해가는 그녀를 응원하게 된다. 마상구를 연기한 박병은 배우는 허세 넘치지만 마음 따뜻한 캐릭터를 유쾌하게 그려낸다. 주로 악역을 맡았던 박병은 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매력 넘치는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 덕분에 드라마에 좀 더 몰입할 수 있게 된다. 

 

변해가는 결혼제도와 관계

연애와 결혼을 통해 겪게 되는 집안사람들과의 관계, 경제적 문제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겪게 되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의 큰 쟁점인 내 집 마련에 대한 고민이 중심이 되어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현실을 담고 있으면서도, 주인공 커플의 독특한 선택 때문에 펼쳐지는 보편적이지 않은 상황은 신선한 충격을 준다. 그 외에도 비혼주의, 남아선호 사상, 하우스 푸어, 직장 내 성희롱 등 이슈가 되는 사건들이 에피소드에 녹아 펼쳐진다. 다양한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코믹한 요소가 가미되어 시청자들로 하여금 결혼과 제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문제에 대해 편안하게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요즘 세대가 생각하는 연애와 결혼은 이전과 달라졌다. 경제적 공존을 위해 흔쾌히 결혼이라는 제도를 활용하는 두 주인공의 모습은 결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결혼 이후 양가에 귀속되었던 과거와 달리, 온전히 두 사람을 중심으로 일상을 꾸려나가고 부모님과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멋지게 그려진다. 시가 제사와 처가 김장을 각자의 노동력으로 교환하거나 양가 부모님을 대하는 모습을 통해, 예의를 지키면서 자기 자신도 지키려고 노력하는 이들의 가치관을 엿보게 해 준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라는 제목만으로도 관심을 가지게 되는 작품.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전개와 특색 있는 커플들, 현실을 반영하는 에피소드가 코믹하게 그려져서 보는 내내 편안함을 느낀다.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에 공감하다 보면, 우리 모두 '이번 생은 처음이라' 서툴고 실패해도 괜찮다는 위로를 받게 된다. 결혼과 제도, 관계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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