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영화 / / 2022. 10. 20. 05:04

우리들의 블루스 모두에게 보내는 격려와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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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블루스

우리들의 블루스는 열네 명의 독립된 짧은 이야기로 엮여 있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이들이 겪게 되는 달고 쓴 인생을 응원하는 드라마이다. 출연진이 화려해서 방영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이병헌, 신민아, 김혜자, 차승원, 이정은, 한지민, 김우빈, 고두심, 엄정화 등 유명한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하는 아름다운 영상과 독립된 에피소드로 인해 단편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든다. 

 

우리들의 이야기

어머니 옥동과 인연을 끊고 사는 동석, 가족들 뒷바라지를 하느라 50이 가깝도록 혼자인 생선장수 은희, 가족을 유학 보내고 혼자 지내는 아빠 한수, 우울증 때문에 이혼을 당하고 고향에 돌아온 선아, 남편과 아들을 모두 잃은 춘희, 장애인 가족이 있는 해녀 영옥, 낯선 제주 할머니 댁에 머물게 된 여섯 살 은기, 학생 영주와 현의 임신 등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다. 수많은 사람 중에 응원받아야 할 이가 따로 있는 건 아니다. 모든 사람이 각자의 고민과 사연을 안고 살아간다. 때론 행복하고 때론 버거운 삶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응원하고, 서로에게 의지한다.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마음껏 행복하기를. 이 드라마는 우리 모두에게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건넨다. 

 

생선장수 은희의 삶

인상 깊은 에피소드는 생선장수 은희의 삶과 장애인 가족이 있는 영옥의 이야기다. 생선 가게를 운영하는 정은희는 사남 일녀 중 장녀다. 고등학교 때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뒤이어 어머니도 돌아가셨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생산 가게를 시작했고, 동생들을 뒷바라지했다. 지금은 동네에서 갑부다. 오십이 다 되도록 결혼을 하지 않았다. 어느 날 첫사랑인 최한수가 제주도에 나타났다. 최한수는 아내와 딸을 유학 보내고 한국에서 혼자 살고 있다. 그는 항상 돈에 쪼들린다. 첫사랑의 추억을 가진 은희와 돈이 필요한 한수의 만남은 복잡하게 흘러간다. 정은희와 친구 고미란과의 에피소드에서는 오랜 인연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둘은 오랜 친구지만 은희는 미란에게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은희는 미란이 자신을 친구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만만하게 여긴다고 생각한다. 제주도에 내려온 미란은 우연히 은희의 속마음이 담긴 일기를 보게 된다. 이후 둘의 미묘하고 싸늘한 감정 대치가 선명하게 그려진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고 해도 솔직한 마음을 터놓지 않으면 오해가 쌓이기 마련이다. 상대의 이기적인 행동으로 상처를 받았다면 서운한 마음을 표현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오랜 기간 앙금이 쌓여 관계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나이를 먹을수록 사랑하는 사람과 잘 싸우는 것이 꼭 필요하다. 무작정 참고 인내하면, 결국엔 상한 마음이 터져버린다. 그리고 관계는 되돌릴 수 없이 악화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서운한 점이 생기면, 당장 싸우게 될지라도 솔직한 마음을 터놓는 것이 장기적인 관계를 위해 좋다. 은희의 에피소드가 특히 좋았던 이유는 정은희 역을 맡은 이정은 배우의 연기 덕분이다. 그녀는 작품 속 인물에서 완벽하게 녹아들어 그 캐릭터가 된다. 지금도 제주도 어딘가에 그녀가 살고 있을 것 같은 현실감을 준다. 이 작품을 통해 이정은 배우의 매력에 다시금 빠져들었다. 

 

장애인 가족이 있다는 것

이영옥은 해녀 1년 차다. 그녀에게 이름 없는 발신자로부터 계속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에 대해 무성한 소문이 돌지만 전화를 거는 사람은 영옥의 쌍둥이 언니 이영희다. 이영희는 다운 증후군을 앓고 있다. 영옥을 통해 장애인 가족이 느끼는 삶의 무게를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영희 역을 맡은 정은혜는 캐리커처를 그리는 화가다. 다운 증후군을 앓고 있는 정은혜 배우의 출연은 극에 현실감을 불어넣었다. TV 드라마에 장애인 배우가 주조연급으로 등장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이 작품에는 농인 배우 이소별도 등장한다. 장애인의 일상과 삶, 그들 가족의 고뇌와 현실을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이영옥의 남자 친구 박정준(김우빈 배우)이 영희를 처음 만나서 놀라는 장면과 그의 대사가 마음에 남는다. "다운증후군을 처음 보는 데 놀랄 수 있죠. 그런 장애가 있는 사람을 볼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학교나 집 어디에서도 배운 적 없어요." 우리 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대한민국에는 약 260만 명의 장애인이 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거리에서 장애인을 만나는 건 쉽지 않다. 사회의 편견과 오해로 세상에 나오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장애인과 자연스럽게 마주치지 못하니까 그들이 자꾸 낯선 존재가 된다. 누구나 낯선 상대를 보면 당황한다. 그들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바꾸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익숙해지는 것이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를 그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미디어의 힘을 생각보다 크다. 인기 있는 드라마에서 자폐 스펙트럼이나 다운증후군을 다루면 세상의 관심은 놀랍도록 커진다. '우리들의 블루스'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처럼 미디어에서 장애인의 이야기를 자주, 세심하게 다루어주길 바란다. 더불어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장애인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모두가 공존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면 좋겠다. 

 

 

이 작품의 장점은 흥미로운 에피소드나 좋아하는 배우의 이야기를 골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tvN 홈페이지에 등장인물별로 에피소드를 정리해두어 찾아보기 편하다. 인물의 관계가 얽혀있지만 따로 몇 편만 본다고 해도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담고 있기 때문에 누구라도 공감되는 부분을 만나게 된다. 각자의 삶을 응원하게 되는 따뜻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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