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영화 / / 2022. 10. 2. 07:15

드라마 수리남 실화 불법 조직 수장 체포 작전

반응형

수리남

2022년 9월에 공개된 드라마 수리남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이다. 남미 수리남에서 불법 조직을 운영하는 한국인과 그를 체포하려는 정부, 체포 작전의 조력가 강인구의 이야기다. 3시간가량의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었으나, 한 회당 러닝타임 60분 내외의 6부작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이하 내용에 스포일러 포함)

영화 같은 실화 수리남 줄거리

강인구(하정우)는 공짜 급식을 위해 유도를 배울 정도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사업 수완이 좋은 그는 카센터와 식품 납품, 술집 운영을 하며 돈을 벌었다. 더 큰 사업을 벌이기 위해 궁리하던 중 친구에게 수리남에서 홍어를 매우 싼 가격에 들여와 판매할 수 있다는 정보를 듣는다. 아내를 설득해 수리남으로 떠난 강인구는 현지 군대와 갱의 위협을 받아 어려움에 처한다.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한인 교회를 가게 된 강인구는 목사 전요환을 만나 도움을 받게 된다. 그렇게 수리남에 자리 잡은 강인구는 홍어를 한국으로 수출했는데, 홍어에서 불법 물건이 나와 감옥에 가게 된다. 감옥으로 찾아온 국정원 팀장 최창호(박해수)를 통해 전요환이 불법 조직의 수장임을 알게 되고, 국정원의 제안으로 전요환의 체포 작전에 동참하기로 한다. 출옥 후 다시 수리남에 입국한 뒤 전요환에게 접근한다. 수리남의 중국 조직 수장이었던 첸진을 자극해서 전요환이 미끼를 물게 만든 것. 다양한 사건 사고 끝에 전요환의 신임을 얻은 강인구는 전요환을 수리남 밖으로 끌어내는 데 성공. 국정원과 함께 전요환을 검거한다. 

수리남에서 불법 조직의 수장이 된 한국인 조봉행 실화

1952년생 조봉행은 남미 수리남에서 불법 사업으로 엄청난 돈을 끌어 모았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불법 조직을 운영하며 수리남을 장악했던 그는 고위 관료와 정치인은 물론 대통령과도 깊은 친분을 맺었다. 1980년대 선박 냉동기사로 일했던 조봉행은 1994년 빌라 건축 사기 혐의로 국내에서 수배를 당했다. 당시 한국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수리남을 알고 있었던 그는 곧장 수리남으로 도망쳤다. 수리남에 도착한 그는 생선 공장을 지었고 회사 명의로 면세유를 구입해 밀매하거나, 중국인들을 자신의 공장에 취업시킨 뒤 그들을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 밀입국시키며 돈을 벌기 시작했다. 작은 돈에 만족하지 못한 그는 본격적으로 불법 사업을 시작했다. 콜롬비아 조직인 칼리 카르텔과 손을 잡으며 엄청난 돈을 벌기 시작했다. 적극적으로 로비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매수했기 때문에 수리남의 고위관리자, 대통령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렇게 얻은 권력으로 수리남에 입국하는 한국인의 명단을 미리 확보하고 불법 물건의 운반책으로 한국인을 이용했다. 한국인에게 접근해서 자신을 광물 사업가라고 소개하고 보석을 남미에서 유럽으로 운반해주면 400만 원을 주겠다고 제안한 것. 아무것도 모르고 물건을 운반을 했던 한국인들이 유럽에서 체포를 당하는 일도 있었다. 이 내용은 전도연 주연의 <집으로 가는 길>로 영화화되었다.

 

전 세계를 무대로 불법 물건을 판매했던 그는 인터폴에 의해 수배를 당했다. 대한민국 검찰에서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지만 수리남 현지에 대한민국 대사관이 없었던 탓에 조봉행을 체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검찰은 K 씨라는 사업자 덕분에 조봉행 체포 작전을 세울 수 있었다. 당시 40대 중반이었던 K 씨는 2006년 수리남에서 용접봉 사업을 벌였는데 중개인이었던 조봉행이 돈을 모두 가로채 사업이 망하고 말았다. K 씨는 베네수엘라에 있던 한국 대사관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고 국정원 측에서 조봉행의 체포를 도와달라고 제안했다. K 씨는 재미교포와 거래를 알선하는 중개인을 연기하며 조봉행의 측근으로 잠입했다. K 씨는 조봉행의 부하에게 정체가 발각된 적이 있는데 대담한 기지로 무사히 빠져나왔다. 조봉행은 결국 브라질에서 체포를 당하게 되고, 한국으로 압송된 그는 사기 및 불법 밀수 혐의로 징역 10년에 벌금 1억 원을 선고받았다. 기소된 혐의가 4건의 불법 거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복역 중인 2016년 심부전과 고혈압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수리남출연진
출처 : 나무위키

출연진 : 눈을 뗄 수 없는 연기

6시간이 넘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로 사건이 긴박하게 흘러간다. 실화가 아니었다면 믿기 힘들 정도로 위험한 순간이 많다. 조봉행은 체포를 당하고 강인구는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온다는 결말을 알고 있었음에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한번 보기 시작하면 6부까지 멈출 수 없는 수리남에 몰입하게 하는 힘은 출연진들의 놀라운 연기다. 수리남에서 사업을 시작했다가 전요환 체포 작전을 돕게 되는 강인구 역의 하정우, 전요환 목사 역의 황정민, 국정원 팀장 최창호 역의 박해수, 전요환의 행동대장 변기태 역의 조우진, 전요환의 변호사 데이빗 역의 유연석, 수리남 중국 조직 수장 첸진 역의 대만 배우 장첸.

 

초반에는 하정우의 변화 없는 표정과 별 일 아니라는 듯한 연기가 어색해 보였다. 하지만 사건이 진행될수록 하정우가 표현한 강인구 정도의 차분함과 배짱이 아니라면 그는 수리남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탄을 쫓아내는 목사로 빙의해 사기꾼과 불법 조직의 수장을 실감 나게 표현한 황정민, 진지한 국정원 요원이 밀수업자 흉내를 내는 어색한 연기에 감탄하게 하는 박해수. 무엇보다 좋았던 인물은 조선족인 척 전요환에게 접근하여 행동대장이 된 변기태 역의 조우진이다. 변기태는 조선족 사투리를 쓰고 중국어를 할 줄 안다. 그런데 그게 변기태의 진짜 모습이 아니다. 그는 국정원 소속으로 전요환을 체포하기 위해 잠입한 요원이다. 그 사실이 드러나는 장면에서는 소름이 돋는다. 눈빛과 말투, 표정과 행동이 놀라울 정도로 변기태 자체다. 수많은 영화에서 조연으로 잠깐 출연해도 존재감이 커서 좋아하는 배우인데, 수리남에서도 눈을 뗄 수 없는 연기를 보여줘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대만 배우 장첸의 연기는 처음 보았는데 배역과 잘 어울렸다. 믿었던 강인구에게 배신을 당하고 죽임을 당하는 모습은 너무 안타까웠다. 데이빗을 연기한 유연석은 다른 배우들에 비해 존재감이 크지 않고 연기도 눈에 띄지 않아 아쉬웠다. 

 

수리남 정부의 항의

드라마 수리남이 흥행하면서 수리남 정부와의 외교 문제가 발생했다. 드라마 수리남이 '수리남 공화국'의 이미지를 훼손한다며 수리남 정부에서 시리즈 제작자에게 법적 조치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국민이 불법 산업에 관련되어 있다는 극 중 대사, 불법 조직 수장이 부패한 정부와 손을 잡고 불법 물건을 유통하는 모습은 수리남을 범죄국가로 묘사한다는 것이 수리남 정부의 주장이다. 처음 기사를 접했을 때는 드라마 제목을 국가 명칭인 '수리남'으로 정해서 문제가 커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어 제목은 Narco-Saints이기 때문에 단순히 제목 때문이 아니다. 이에 네티즌들은 표현의 자유와 수리남 정부를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나뉜다. 수리남에서 벌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했으니 없는 일을 지어낸 것은 아니지만, 부정적인 국가 이미지를 벗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수리남 정부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해되는 항의다. 입장을 바꿔서 대한민국이 타국 작품에서 부정적으로 그려지면 우리 역시 국가 이미지를 걱정하게 될 테니까. 다만, 나처럼 드라마 수리남을 통해 수리남 공화국을 처음 알게 된 사람들도 있으니, 수리남 정부가 드라마의 흥행을 똑똑하게 이용할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의 일이기 때문에 수리남 정부가 '수리남 드라마'의 흥행을 이용해 자국을 전 세계에 알리고 홍보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더라면 좋지 않을까. 

 

공개 이후 9월 셋째 주까지 비영어권 드라마 부문 1위를 기록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드라마 수리남. 최근 오징어게임은 미국 프라임타임 에이미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수리남'이 그 뒤를 이어 제2의 오징어게임이 될지 궁금해진다. 

반응형
  • 네이버 블로그 공유
  • 네이버 밴드 공유
  • 페이스북 공유
  • 카카오스토리 공유